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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컴퓨터 네모반듯 화면속에 넓은세상 있다하고 늘어가는 댓글속에 정분난듯 수줍은데 번뜩, 정신차리니 방에 홀로 있더라. 부제: 오타쿠의 현실자각 작가의도 : 그러니까 -_- 밖에 나가서 놀라고 ㅋ [2011년 7월 20일 / 페이스북] 더보기
어른 아줌마. 울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더니 왠 꼬마 아이가 뒤돌아 의자 등받이에 기댄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처럼 보이는 사람의 뒷머리가 의자 사이로 보였고, 머리가 유리창에 부딪힐 듯 흔들리는걸로 봐서는 깊이 잠든 것 같았다. 아줌마 왜 울어? ......아줌마 아냐. ..... 아이는 턱을 의자끝에 기대고 등받이를 꼭 끌어 안았다. 나를 쳐다보는 눈은 꼭 '그걸 물어본게 아닌데'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 담겨 있었다. 잠시동안 아이를 쳐다보다 시선을 거둬 창 밖을 바라봤다. 아이가 잘못본게 아니다. 나는 울고 있었다. 아니, 눈물이 조금 났다. 그래도 눈물이 날 만큼 감정이 울컥해서 그런지 괜시리 피곤했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려는데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아이가 혼자서 .. 더보기
인공눈물 이야기 2 방은 고요하다. 간간히 뒤척이는 소리와 숨소리만 어둔 방 안에 살아 움직이는게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창 밖에 바람이 부는지 창틀이 간간히 덩컹거린다. 어둠과 고요가 한동안 계속되다가 새파란 불빛이 온 방을 채우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시작된다. - EBS 라디오가 다섯시를 알립니다. 작고 네모난 창에서 나오는 불 빛 치고는 유난히 강렬한 푸르스름한 불빛에 여자는 잠에서 깬 듯 하다. 손을 내뻗어 머리 위를 더듬거리다 스위치를 켜면 푸른빛은 더 이상 강렬하지 않은 그저 그런 푸른빛이 되고 방은 낮과 같이 환해진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한밤중이다. 내뻗은 팔을 걷어들여 눈을 가리고 있던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감은 눈으로, 온전히 습관적으로 기억하는 그 위치에서 나를 집어.. 더보기
귀로 차 안은 유쾌한 음악이 가득 차 있었지만 한 길 뻗은 도로 끝에 펼쳐진 어둠은 고요를 강요한다. 어둠보다 더 묵직한 검은 산에서 불어오는 밤바람 그 위로 펼쳐진 하늘에는 생각에 빠진 이마 위의 주름같은 구름이 펼져 있었고 그 가운데 달이 잠겨 있었다. 너의 마음 가운데 잠겨있는 달 같아서, 어둔 하늘 가운데 잠겨있는 나 같아서, 아주 잠시, 운전을 잊고 그 광경에 심취하였다. 거제로 돌아오는 길. 나는 느릿한 엔진의 진동에 마음을 추스리며 스위치를 눌렀다. 어느 곳이 내게 현재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으니 내가 서있는 그 곳이, 발 붙이는 그 곳이 내게는 현실이다. 머물고 싶은 곳 없으니, 스쳐가는 그 곳이 내게는 고향이다. 붙잡히는 이 없으니, 내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내 사람이다. 길 위에서는 말이 없어..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 작가칼럼 중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네 부모도 나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단다. 겁내지 마라. 사랑한다. 노희경 작가 더보기
꿈 이야기] 이게 바로 그 이야기 이 글은 상당히 길기 때문에 당신의 혈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혈압에 따라 아래 주의사항을 먼저 읽고 밑으로 내려가세요 정상혈압이시군요. 좋겠습니다. 난 저혈압인데. 쳇. 사람 건강은 혈압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 간수치 낮거든요. 흥. 방심하지 말고 건강 챙기세요. 방심하다 한방에 훅 갑니다. 어쨌든 무리 없으니 밑으로 내려가셔도 좋습니다. 정상혈압이 아니시군요. 운동하세요. 고혈압,저혈압 다 귀챠니스트 전용 질환으로 공인될 수 있는 병입니다. 혈압 조절하는데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하는데, 알고는 있지만 운동 챙겨하기 어렵죠. 알죠. 그 맘. 그런 의미로 이번은 밑으로 내려가셔도 좋습니다. =======================================================.. 더보기
숙자이야기 "그러니까, 핑계일 뿐이라는거야. 내가 숙자인건 어쩔 수 없지. 우리 아버지가 동사무소 가다가 싸움에 휘말려서 고모가 돈주고 지어온 해인이라는 이름 까먹고, 그 싸움판에서 이겼던 아줌마 이름 숙자가 생각나 그냥 숙자로 지은걸 어쩔꺼야. 그 때부터 내 삶의 제목은 '숙자의 삶'이 되어버린거니까. 근데 숙자 이름으로 숙자 인생을 산건 결국 나라구. 그 많은 선택의 결과는 내 이름이 숙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지. 안그래?" 아. 그래.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듣게 된 이야기였다. 해인이가 될 수도 있었던 숙자는 앞에 놓인 음료를 크게 한 입 쭉 빨아서 두 번에 나눠 삼키고는 마른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이야기를 계속이었다. "그 때 나무냄새가 좋아서 한옥 짓는거 배우러 떠나고 싶었을 때도,.. 더보기
인공눈물 이야기 1 -아저씨 인공눈물 주세요 내가 담겨있는 어두운 세상이 흔들리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나는 내 이름이 '아저씨 인공눈물 주세요'라는걸 알았다. 내가 있는 이 곳은 작고 어두운 공간이다. 이 공간 밖에는 또 다른 어떤 세상이 있는데 어떤 곳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다른 목소리들이 무언가를 말 하면 내 공간에 붙어있던 어떤것들이 빠져 나간다는것만 희미하게 느낄 뿐이다. 내가 이곳에 있은지는 꽤 오래 되었기에 나는 많은것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존재들의 이름도 몇개 알고 있다. '아저씨 밴드 주세요','소화제 있어요','종합감기약 주세요'. 이 친구들은-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친근감을 느끼기에 난 친구라 부른다-수차례 이름 불리고 내 공간에 진동을 준다. 나는 그들이 이름 불릴 때 반갑다. '.. 더보기
동백꽃 그건 분명 동백꽃이었는데, 내가 알던 동백은 아니었어 후둑하고 꽃이 떨어진걸 알아챈건 소리 때문이 아니라 꽃송이의 무게때문에 세상의 무게중심이 기울었기 때문이야.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 곳에 한덩이 붉음이 나뒹굴고 있길래 집어들었어. 내 손바닥보다 훨씬 큰 동백을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 같았어. 그 시뻘건 꽃 잎 사이로. 움켜쥐면 꽃물이 흘러 내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바람이 불고, 꽃잎이 파들파들 흔들리고, 내 마음도 파들파들 흔들려서 그냥 말았어. 꽃이 내 심장같아 보였거든. 연하게 돋아오는 가로수의 새싹위에 아무렇게 버려뒀어. 연둣빛 위의 꽃이 너무 강렬해, 버려진 꽃은 서글퍼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어. 서글퍼하기엔 봄날의 햇빛은 너무 따뜻했으니까. 기다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