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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인공눈물 이야기 1


-아저씨 인공눈물 주세요

 

내가 담겨있는 어두운 세상이 흔들리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나는 내 이름이 '아저씨 인공눈물 주세요'라는걸 알았다. 내가 있는 이 곳은 작고 어두운 공간이다. 이 공간 밖에는 또 다른 어떤 세상이 있는데 어떤 곳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다른 목소리들이 무언가를 말 하면 내 공간에 붙어있던 어떤것들이 빠져 나간다는것만 희미하게 느낄 뿐이다. 내가 이곳에 있은지는 꽤 오래 되었기에 나는 많은것을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존재들의 이름도 몇개 알고 있다. '아저씨 밴드 주세요','소화제 있어요','종합감기약 주세요'. 이 친구들은-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친근감을 느끼기에 난 친구라 부른다-수차례 이름 불리고 내 공간에 진동을 준다. 나는 그들이 이름 불릴 때 반갑다. '동전좀 바꿔주세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친구 이름은 많이 불림에도 불구하고 나의 공간에 진동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멀리 떨어져 있는가보다. 이 어두운 공간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지만 옆에 나를 감싸고 있는 넓고 얇은 친구가 있다. 우리는 몸을 맞대고 있어 서로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친구는 별로 말이 없어서 나는 항상 조용이 혼자 생각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내 세상이 움직인 것이다.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 이름이 불리우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공간이 뒤틀리고 환한 빛이 들어왔다. 아주 오래전, 이 공간안에 들어오기 전까지 봤던 빛과 똑같다. 공간이 뒤집히고 나는 움직인다.

 나는 어떤 여자의 손에 들려있다. 투명한 내 몸을 통해 세상이 보이고 밑으로 뭔가가 보인다. 손에 비뚜룸히 구겨 들린 그것이 내가 들어있던 작은 세상이란걸 알았다. 잠깐, 그 속엔 말 없는 친구도 들어있는데 이 여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 설명서는 안읽어봐?

- 인공눈물에 설명서는 무슨

 

워낙에 말이 없는 녀석이라 이여자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다 나도 말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물론 말 하지 않는것과 말하고 싶었지만 대상이 없었던 것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건 이 여자에게 중요치 않을 것이다. 몸이 두껍지 않아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여자가 손에 쥔 내 세상을 버렸다. 안돼, 그 안에 있던 내 친구녀석도 더 넓은 곳을 봐야 하는데, 그러면 그 녀석도 말문이 트일 수도 있는데, 소리쳤지만 여자는 알아듣지 못했다.


여자는 내 머리 뚜껑을 열고 얼굴로 가져갔다. 그리고 나를 뒤집어 내 안의 내용물을 눈에 넣었다.


세상이 빙글 돌았다. 투명한 내 안의 액체는 작게 출렁거렸지만, 내 몸도 그리 큰 편은 아니라 속이 울렁울렁 거렸다. 여자는 눈을 몇번 깜박거렸다. 그리고 내 머리뚜껑을 닫고는 나를 가방 속에 아무렇게 던져 넣었다. 내 세상은 조금 더 넓어졌고 그 속엔 뭔가 알 수 없는 녀석들이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어두웠다. 


- 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