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동백꽃


그건 분명 동백꽃이었는데, 내가 알던 동백은 아니었어

 

후둑하고 꽃이 떨어진걸 알아챈건 소리 때문이 아니라

꽃송이의 무게때문에 세상의 무게중심이 기울었기 때문이야.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 곳에 한덩이 붉음이 나뒹굴고 있길래 집어들었어.

내 손바닥보다 훨씬 큰 동백을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 같았어. 그 시뻘건 꽃 잎 사이로.

움켜쥐면 꽃물이 흘러 내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바람이 불고, 꽃잎이 파들파들 흔들리고, 내 마음도 파들파들 흔들려서

그냥 말았어. 꽃이 내 심장같아 보였거든.

연하게 돋아오는 가로수의 새싹위에 아무렇게 버려뒀어.

연둣빛 위의 꽃이 너무 강렬해, 버려진 꽃은 서글퍼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어.

서글퍼하기엔 봄날의 햇빛은 너무 따뜻했으니까.

 

기다리는 버스일수록 오지 않고, 기대하는 마음일수록 상처받기 쉽고,

머리에 한번 꽂아볼걸, 꽃같이 강렬한 치마를 하나 살껄, 깨지말고 잠들어있을껄,

올 수 없는 전화를 기다리고, 일어나지 않을 기적을 기다리고,

 

꽃송이처럼, 네 심장도 툭- 떨어졌으면하고 바라고 있다는걸

자다말고 알아버렸네 


-2008년 4월 5일-
======================================================================================


부산 가로수로 동백꽃이 많이 심겨 있습니다
그리고 거제도 역시 동백꽃이 심겨있죠. 동백꽃으로 꽤나 유명합니다. 동백 숲도 있어요. 


부산의 동백은 개량종이고, 거제의 동백은 토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의 상황은 거제에서 배 타고 넘어오는 길에 부산 중앙 여객선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개량종 동백을 처음 봤을 때 였습니다.


소박한 거제의 동백을 보니 부산의 동백이 생각났습니다. 
한 줌 움켜쥐고 싶었던 붉음과 그 기억에 묻어있는 마음도 떠올랐습니다. 
나도 저렇게 화려하고 새빨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리고 오늘. 다시 토종 동백을 보니, 괜춘합니다.
꽃잎이 소박해서인가.. 빨강이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시선을 더 오래 고정시키는 듯 하구요.






초봄 거제도 지심도의 동백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아직 지심도를 찾아갈 만큼 동백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빨간 꽃과 샛초록의 잎사귀는 분명 화려한 색채 대비인데
저는 매화보다 더 단아하게만 느껴지는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