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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풀내음

퇴근길, 차에서 내렸더니 짙은 풀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어둑어둑한 길 위에 시들어진 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아직 풀을 깎을 시기는 아닌데. 잰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속이 울렁인다. 난 풀을 깎고나면 진동하는 냄새가 싫다. 허리잘린 풀들이 토해놓은 질척한 피비린내 같아서 이 냄새를 맡으면 속이 메스껍다.
한치 앞 밖에 보이지 않는 어둔 길 위로 어둠보다 더 짙은 녹색 피가 흐르고, 소리없는 비명이 코를 넘어 폐 속 깊은곳 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단숨에 5층 계단을 올랐다. 문을 닫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바다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와 풀들의 울음같은 내음을 산으로 돌려 보냈으면 좋겠다.

20110413 Facebook

 

퇴근길, 사택의 풀들을 온통 깎아놨던 날의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