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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오늘 이 시를 처음 봤는데, 슬프다. 또 보면서 또 울었어 ㅠ

 

그 팍팍하던 고등학생때도 문학작품은 나름 마음으로 읽었는데,

나이 들어서 문학작품을 마주하니 이게 더 가슴에 확 꽂혀. 고등학교때랑은 정말 다른 것 같아. 

국어수업 초반에 박목월 시인의 "하관"을 하는데, 울뻔했네 ㅋ 시가 왜이리 슬프니 ㅠ

 

가슴으로 읽을 시간 없이 머리로만 외워야 했던 그 시절들이 안타까울 뿐이지. 마음이 팍팍하잖아 ㅠ  

너희가 배운 그 문학작품들을 나중에 대학 들어가고, 일상을 살다가, 삶의 어느 길 위에서, 다시 읽어보렴.

 

메말라 갈라진 마음에 한 컵 차가운 물을 뿌려지는 것 같은 해갈(解渴)을 느끼게 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