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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오리너구리/밖을

[몽골] 4일. 낮. 홍고린 헬스

 


해와 달의 양손저울

 

꿈 같았던 즐거운 밤이 지나고, 우리는 아침을 맞이한다.

 

갓 올라온 태양은 얼굴을 태울 것 같은데, 반대편 지평선엔 아직 달이 떠있다.

 

평지에 서서 양 팔을 벌리면, 나는 저울이 되어 양 손 위에 해와 달을 나란히 두고 수평을 이룬다

 

 

 

 

 

 

바얀작은 미니 그랜드 캐니언?

 

사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바얀작은 미니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그랜드 캐니언 안가봤지만, 왠지 이거랑 다를 것 같은건 기분탓일까요?

바얀작은 좋았습니다... 만, 사실 바얀작 골짜기 보다는 친해진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올랐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임소 현지인 빙의, 가짜 주인과 가짜 손님이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풍광은 전날 게르 근처의 언덕이 더 좋았답니다. (그곳도 바얀작)

 

 

 

 

 

 



물장수의 영업비결   - 사재기

 

사재기

  • 물건의 시세가 변동될 것을 대비하여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할 물건을 미리 사 놓는 것.
  • '매점매석' 행위를 하기 위해 물건을 모두 사 들여 놓는 것.
  • 전시나 기타 비상사태에 대해 피난을 위한 물건을 많이 사 들이는 것.
  •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 파는 것.
  • [주의] 친구를 잘못 두면 삥뜯김
     
  • 푸르동은 다시 쉼없이 달리고 달렸습니다. 여전히 울퉁불퉁한 평원을 한참 달리다 보니 마을 같지만 마을은 아닌 마을터같은 곳에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친해진 우리는 같이 콜라를 공유하기도 하고 맥주를 사마시기도 했어요. 같은 차에 타고있던 로사 아버님이 맥주 하나씩 사주셨습니다. (우리차만 ㅋ)

     

    물장수는 물을 엄청나게 샀어요. 물장수의 명성을 다시금 일으키며 거기있는 물을 거의 다샀답니다 ㅋ. 아니, 물 풍부한데서 샤워하고 왔다는 사람이 무슨 물을 저렇게 쟁여두나. 정작 1L 생수의 소중함을 깨달은 저와 임소는 모자라면 물장수꺼 뺏어먹... 아니, 가다보면 가게가 다시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마실물만 샀답니다. 1L 생수는 소중하니까 샤워고 세수고 패스할 요량이었던건 안비밀 ㅋ. 물티슈도 있었고... 이런 여행지에서 세수는 물티슈 정도가 적당합니다. 어허이, 더러운 사람 아니에요.  

     

     

    모두들 물건을 사고 차에서 쉬는 틈을 타서, 임소와 저는 화장실을 다녀왔답니다. 아.. 이곳은 테를지의 그 곳을 그립도록 만드는 화장실 이었습니다. 문은 닫았지만 닫은게 아니라 사람 올까봐 무서운 화장실. 평원의 화장실은 사람이라도 없지. 내가 파서 쓰고 묻으면 되니까 깨끗하기라도 하지. 여기 화장실은 오마이갓 홀리쉣. 왓더...

     

    정신 건강을 위해 묘사는 건너뛰고, 최악의 화장실 1위 올려드리겠습니다~

     

    우리차는 사막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임소는 음악을 듣거나 자거나 하고 있었고, 뒷자리에 앉은 저는 로사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학교수 하려다가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신다는 이야기. 그 고등학교도 일반 고등학교는 아니었고 공부 꽤나 한다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당연하지. 언제적인데) 그 이야기를 하는 로사 아버님은 그냥 옛날 이야기 하듯 그냥 그랬었다, 하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분명 그 전엔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겠지, 본인 입으로 말하기 입이 써서 말하기 싫었던 그런 시간도 있었겠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욕심을 놓을 수 있는것일까. 놓을만한 꿈이었을까, 아니면 놓기 힘들었지만 놓게 된 꿈이었을까. 들으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로사 아버님은 고등학교 선생님도 좋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끝이 좋아 받아들이게 된걸까, 받아들여서 끝이 좋게 된걸까.

     

    로사 어머님은 로사오빠의 강추로 온 가족이 몽골 여행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좋겠다. 난 몽골 온다고 했을때 거긴 대체 왜 가느냐는 말만 백번 듣고 왔는데. 우리 가족도 같이 여행가면 좋겠.... 아 분명 중간에 엄청 싸우지 않을까, 여행 스타일이 다르니까. 뭐 언젠가는 한번 가지 뭐. 생각했습니다만, 글 쓰는 지금 2016년 까지도 못갔네요.

    (지금은 부모님께서 몽골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 하십니다. 고마워요 정글의 법칙 ㅋ)

     

    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니 창밖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흙과 난쟁이 풀들이 있던 평원에서 회색 흙을 지나, 덤불이 있는 붉은 흙을 지나 차는 계속 앞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고비사막

     

    고비사막 [Gobi Des.]

    주위가 산지로 둘러싸인 몽골고원 내부의 고비사막의 범위는 확실치 않으나, 대체로 알타이산맥 동단에서 싱안링[]산맥 서쪽 기슭에 걸친 동서 1,600km, 남북 500∼1,000km의 범위로 알려져 있다.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으로, 모래땅이란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다. 고비라는 말의 뜻처럼 고비사막 대부분의 지역은 암석사막을 이루어 모래사막으로 된 지역은 매우 적고, 또 일반적으로 고비사막이라 부르는 지역범위 안에는 넓은 초원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저기멀리 사막의 꼬리가 보이면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광활하다기 보단 길쭉했던 사막. 생각보다 폭이 좁아서 사막 건너의 평원이 보였습니다. 아, 내가 꿈꾸던 사막은 이런게 아니었느데. 조금 실망했지만, 낮은 지대로 내려오니 광활한 사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건너의 평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 렛츠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며 사막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푸르동. 그리고 우리 옆으로 우리를 피해 무리지어 뛰어다니는 염소떼들.


    사막이 코 앞인데 이 바글바글한 염소떼는 무엇인가!! 그것보다,

     

    도망가는 염소 궁뎅이. 귀여워용♡

     




    웃음의 승리


     

    웃음

    웃음은 신체적 자극에서, 기쁨에서, 우스꽝스러움에서, 겸연쩍음에서, 연기()로서, 또 병적()인 데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웃음의 원인이나 종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더위먹어도 웃는다.

     


    고비사막 도착

     

    게르에 짐을 풀었어요. 근데, 더워. 진짜 더워. 너무너무 더워.  
    게르 다섯개 중에 하나가 겨울 게르라고 합니다. 근데 그게 우리 게르네요. 어째서죠 ㅠ

     

    그래서 우리는 게르 밖으로 나와있었습니다. 어떤 게르는 여름 게르였지만 벽 천막이 걷혀있지 않아 더웠기에, 비교적 시원했던 한 게르에 사람들 모여있고 저와 임소는 물장수가 있던 게르에 놀러갔습니다. 가서 염치없이 열린 물통의 물을 다마시고 왔....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쟁여둔 생수도 있고, 물 많았으니까 양심의 가책은 없었습니다.

     

    윤하와 민수가 머무는 게르에도 놀러갔습니다. 그냥 구경했어요. 여행객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게르는 뭔가 다른가 싶었지만, 그냥 뭐 똑같더군요. 역시 사막이었어요. 태양이 너무 뜨거워요. 저는 피부가 타는게 아니라 화상 입듯이 빨갛게 되기 때문에 태양 아래에서는 긴팔을 고수하는 편이고, 고비사막에서는 실내에서야 겨우 민소매 티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하나둘씩 잠들고,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임소는 웃기 시작합니다 (두둥) 

     

    작은 이야기, 시시한 말장난, 고등학고 시절부터 지금 있는 몽골까지 별거 아닌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웃고, 초코바, 과자, 작은 뭔가들을 꺼내면서 웃고, 먹으면서 웃고, 그늘에서 쪼그려 앉아 웃고. 그렇게 한참을 계속 배가 아프도록 웃었습니다. 우리가 하도 떠들고 웃으니까 물장수랑 민수가 자다말고 나왔습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며. 나오는 그들을 보고 웃고, 별거 아닌데도 계속 웃는 우리를 보고 그들도 같이 끊임없이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위먹기 일보 직전이 아니었나 싶기도 ㅋㅋㅋㅋㅋ)

     

    그늘에 앉아 있어도 건조한 공기때문에 목이 말랐던 우리는 웃으면서도 물을 주구장창 마셨습니다. 한사람당 생수 1L도 넘게 마셨는데(민수가 큰 약수통으로 물 들고옴 ㅋ) 아무도 화장실을 안가네요. 아마 건조해서 피부로 수분이 다 나가서 그랬나 봅니다. 여기 사막이잖아. 예전에 누군가 청바지를 말렸는데 세시간만에 말랐다더라는 이야기도 들었어. 몽골사람인 민수의 말을 들으니 새삼 진짜 사막이구나 싶었습니다.

     

     

    태양아래 사막을 마주하고

    우리는 세상을 잊은채 웃음에만 전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