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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

햄릿,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To die- to sleep- No more; and by a sleep to say we end The heartache, and the thousand natural shocks That flesh is heir to. 'Tis a consummation Devoutly to be wish'd. To die- to sleep. To sleep- per.. 더보기
감기가 오는 길 길을 걷고있다. 오늘은 일기예보를 좀 믿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 맞는 것 같지 않다. 그지똥개들, 어제와 비슷한 포근한 날씨라며. 일기예보를 믿었던 나는 니트만 두 겹 걸쳐입고 나와서 바람 앞에 속수무책이다. 찬바람 때문인가 콧날이 쨍하다. 성긴 털실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술술 들어온다. 나는 버스를 타러 열심히 걸어가면서 옷을 여미고 팔짱도 껴봤지만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조금 빨리 걸어볼까. 몸에 열이나면 괜찮을지 몰라. 걷는 보폭을 넓히고 속도를 올린다. 스판이 섞여있어 몸과 같이 움직이는 바지는 편한듯 불편한듯 애매한 느낌이다. 깊은 목구멍 인쪽이 간질거린 것 같다. 큼큼. 헛기침을 하면 간지러운 느낌이 살짝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난다. 열심히 걸었더니 정강이가 땡긴다. 희안하지, 왜.. 더보기
회귀 _ 힘든시간을 지나는 나와 그대들에게 [NO means NO] 꽃잎조차 흔들지 못할 미약한 물음이었다고 하자. 사실 내게는 그보다 더 크고 겨웠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스레 사그러들 불꽃이니 부러 냉담해달라고 부탁하긴 싫었던것이 오늘 나의 진심이다. 잠깐 지나면 사라져버릴 허상같은 따사로움이라도, 그것을 느낄 나의 가슴이 사라지기 전이라면, 온기쯤은 느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시선이 너를 벗어나 오롯이 앞으로 향하게 되면 더는 되돌아 갈 수 없으니,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그 길마저 만끽해야 후회 없을 것 같았다. 20090418. 이글이었네, 내가찾으려고했던게. 달리방도는없고다만내가할수있는것은, 시간이지나고내마음이잔잔해지기를바라는것뿐이었던그시간. 상황이약간다르긴하지만, 아마지금의내가그렇기때문이리라. 답답한마음이실질적인통증으로느껴지는.. 더보기
치자꽃 눈을 감아 세상이 까매도 향이 머물렀던 자리는 아슴푸레 빛이 난다 한번 일렁이고 나면 그뿐이지만 갖지못해 더 아름다운 향기- 어느 낮은 나무 하나가 저물어가는 농익은 꽃이 달콤함으로 내 마음의 조각을 가져갔다. 20080616 더보기
걸어라 이런 고통도 견뎌내지 못하면서 너는 무엇을 그리 하려했느냐. 걸어라. 여기서 주저앉으면 여태 올라온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끝까지 다다르지 못하면 여태까지의 수고를 쳐주지 않는다. 네가 시작을 했으니, 맺는 것도 네 의무가 아니겠느냐. 시작과 동시에 네게 주어지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인 것이다. 앞서 걸어라. 저 끝이 마지막이다. 네가 앞서 걸어, 무엇이 있는 지 확인해라. ..보이느냐. 이러한 풍경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20090330 2009년의 내가 2014년의 나에게 하는 말인가 ㅋ 더보기
개화 나무 위 한가득 달빛이 영글려있다. 세상이 숨 죽이고 내 숨마저 잦아들면 툭 소리가 들릴까. 꽃망울이 터지면. 한껏 부풀은 눈물이 후둑 떨어질 때 만큼 가슴 철렁하진 않을까. 그 소리를 들으면. 20090402 더보기
풀내음 퇴근길, 차에서 내렸더니 짙은 풀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어둑어둑한 길 위에 시들어진 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아직 풀을 깎을 시기는 아닌데. 잰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속이 울렁인다. 난 풀을 깎고나면 진동하는 냄새가 싫다. 허리잘린 풀들이 토해놓은 질척한 피비린내 같아서 이 냄새를 맡으면 속이 메스껍다. 한치 앞 밖에 보이지 않는 어둔 길 위로 어둠보다 더 짙은 녹색 피가 흐르고, 소리없는 비명이 코를 넘어 폐 속 깊은곳 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단숨에 5층 계단을 올랐다. 문을 닫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바다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와 풀들의 울음같은 내음을 산으로 돌려 보냈으면 좋겠다. 20110413 Facebook 퇴근길, 사택의 풀들을 온통 깎아놨던 날의 끄적임 더보기
꿈 이야기] 20110414 _ 꿈 속의 너는 꿈을 꾸었네/ 그대 뒷모습 불러 세우는 꿈/ 팔 뻗으면 닿을곳에 그대가 있었네/ 숨을 멈췄네/그대 나를 스쳐 지나기에/ 짧은 시간이 영원같게만 느껴졌었지/ 나도 몰래 터져나온 내 목소리/ 손을 뻗어 잡고싶던 네 옷자락/ 꼭 감은 눈에 너의 표정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든 잡고싶던 네 발걸음/... 빈 방 처럼 텅 빈 머리 미칠듯한 심장/ 바보같아 내가/ 원망스러 내가/ 그대 발길 잡아두고 달아나려하네/ 말 없이 건네온 굳은 그대의 손/ 단단한 손길이 내 걸음을 세우고/ 눈물에 가려 보이지않던 네 표정/ 따뜻한 체온이 내 마음을 잡아매 / 손을 뻗어 잡고싶던 네 손끝도/ 살포시 속삭이고픈 네 귓가도/ 꼭 감은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떻게든 잡고싶던 네 발걸음/ 빈 방 처럼 텅 빈 머리 터질듯한 심장.. 더보기
[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오늘 이 시를 처음 봤는데, 슬프다. 또 보면서 또 울었어 ㅠ 그 팍팍하던 고등학생때도 문학작품은 나름 마음으로 읽었는데, 나이 들어서 문학작품을 마주하니 이게 더 가슴에 확 꽂혀. 고등학교때랑은 정말 다른 것 같아. 국어수업 초반에 박목월 시인의 "하관"을 하는데, 울뻔했네 ㅋ 시가 왜이리 슬프니 ㅠ 가슴으로 읽을 시간 없이 머리로만 외워야 했던 그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