섪다.
나이를 먹어간다는게 새삼 섪다.
천년만년 젊을 수는 없는 것인가.
다시 스무살로 돌아가라 한다면, ...
그 풋내나던 시절에 내가 꿈꾸던 것은
누그러지고 넓어진 마음을 가진 서른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하겠지만
정작 서른이 넘고나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섪다.
내가 꿈꾸는 것은 아직도 많고, 세상은 아직도 넓고,
호조니 호조니, 두 손을 맞잡고
이제 됐다 할만큼 사랑을 퍼부어 준적도 아직 없는데
나의 시간은 어느새 이만큼 지나버렸다.
봄날의 싱그러움 보다는 태양의 생명력을 안고 살아가리라며
항상 꿈꾸던 나도,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서러워 한다.
나의 시선은 이제 타인의 마음도 헬 수 있을만큼
너그럽고 여유로워졌지만, 접어진 싱그러움을 두고 서러워 한다.
꽃의 아름다움도 십일을 못넘기고 사그러 든다.
나만이, 너만이 그리 사그러 지는게 아니라 꽃 조차도 그렇다지만,
섪구나.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두고 서러워 할테니
오늘은 오늘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게 옳다만은,
문득문득 스미는 서러움은 어찌 할 수 없다.
섪다
201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