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은 유쾌한 음악이 가득 차 있었지만
한 길 뻗은 도로 끝에 펼쳐진 어둠은 고요를 강요한다.
어둠보다 더 묵직한 검은 산에서 불어오는 밤바람
그 위로 펼쳐진 하늘에는
생각에 빠진 이마 위의 주름같은 구름이 펼져 있었고
그 가운데 달이 잠겨 있었다.
너의 마음 가운데 잠겨있는 달 같아서,
어둔 하늘 가운데 잠겨있는 나 같아서,
아주 잠시, 운전을 잊고 그 광경에 심취하였다.
거제로 돌아오는 길.
나는 느릿한 엔진의 진동에 마음을 추스리며 스위치를 눌렀다.
어느 곳이 내게 현재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으니
내가 서있는 그 곳이, 발 붙이는 그 곳이 내게는 현실이다.
머물고 싶은 곳 없으니, 스쳐가는 그 곳이 내게는 고향이다.
붙잡히는 이 없으니, 내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내 사람이다.
길 위에서는
말이 없어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