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거제시 능포동에 있습니다.
더불어 전입신고도 해서 행정상으로 거제 시민입니다.
하.지.만.
나의 마은은 거제에 없었습니다.
내 몸이 지금 여기 있지만 나는 이 곳을 나의 거주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가 거제이기 때문이었죠.
내가 거제도를 왜 이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1. 막돼먹은 문화수준
(제 기준의 문화수준은
뮤지컬 공연의 정도와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얼만큼 자유로이 배울 수 있는가 입니다.
몹시 주관적이므로 덩달아 거제도를 싫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ㅋ)
2. 어이없는 물가
(1년을 성수기 피서지 물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유는 이 곳이 관광명소이기 때문... 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대형 조선소가 두 개나 있기 때문입니다)
3. 썩 유쾌하지 않았던 거주지에 대한 기억
여기서 저는 세번째 이유에 포인트를 맞춰 보았습니다.
불쾌한것도 없었지만 지난번 기숙사였던 옥림은 차 없으면 참... 살기 힘들었던 곳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듯이 경관은 정말 좋습니다만..
사람이 경관만 뜯어먹고 살지는 않지 말입니다 ㅋ
뭔가.. 팍팍합니다.
뭔가... 팍팍하단 말이죠.
그래서 저는 고심끝에 이사하기 2주전에 능포 기숙사로 최종 결정을 내렸는데,
이사 와서도 썩 정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_- 동네를 돌아본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감기몸살과, 야유회와, 결혼식과, 게으름으로 인한(응?) 피로를 등에 업고
카메라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 방 베란다에서 내다 보이는 능포 앞바다 입니다.
경관 좋죠?
옥림 경관은 더 좋습니다.
행간에 소문에는 호텔 부지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사람은 경관만 뜯어먹고 살 수 는 없습니다. ㅋ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능포 아파트
80년대 주공아파트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ㅋ
하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한 편입니다.
나의 든든한 친구. 중삐리.
1994년 ~ 1995년식으로 추정. 현재나이 15~16세.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38세 정도.. -_-
고속도로를 달릴때 110km/h를 넘으면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안전속도를 지키게 되는 나의 멋진 친구 입니다. ㅋ
거제도에선 차가 있는냐/없느냐 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엄청난 변수이기 때문에
몹시 소중합니다. ㅋ
여튼 이렇게 동네를 벗어나
출근길에 매일 보던 조각공원 입구로 올라가 봤습니다.
가족들이 봄소풍을 종종 온다는 능포 조각공원은
봄이면 꽃이 만개하고, 지나가다 쑥 뜯듯이 두릅을 따 먹을 수 있으며(응?)
해안도로와 연결되어있어 여름엔 외국의 피서지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조각공원 올라가는 길
따뜻하고 고요해 보이지 않습니까? ^-^
...당연하죠 -_- 사진이니까요.
(이날 경남지방 강풍주의보였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예술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각공원 이라매 -_-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조각공원이 아니라 조형공원인데?
태종대에서 비슷한 친구를 본 듯한 기억이..
앵무새가 맘에 드는군요 ㅋ
작가는 왠지 사람들이 이 사이로 바다 보기를 원했을 것 같아
굽이굽이 길을 돌아 굳이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문득 내 눈을 사로잡은 그것은...
작 가 : 박 지 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작가 의도가 막 떠오르고 그랬..
조각공ㅇ.. 아니 조형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능포 앞바다
거제도 항만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등대 두마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빨갛고 하나는 하얀색
그리고 이쪽은 옥림/지세포 바다쪽 입니다.
밭 너머로 보이는 망망대해와 배 한척.
거제도의 장점은 바로 이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이 바로 코 앞에 있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살아보면, 거제의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닙니다.
어느 자연이 사람에게 길들여지겠나마는
도시의 자연보다 거제의 자연은 훨씬 거칠고 투박합니다.
..물론 이렇게
섬세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매화가 벌써 피었다가 지는군요.
매화는 참 요염한 꽃 같습니다.
벛꽃은 수줍어하지만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반면에
매화는 고요하고 냉랭하면서도 요염하게 느껴집니다.
달 빛 아래서 두 꽃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벛꽃은 무심한듯 호감을 띄고 있는 소녀의 곁눈질과 같다면
매화는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여인의 은근한 눈빛과 같습니다.
거제에는 매화도 벛꽃도 많습니다.
봄이면 온 섬이 꽃밭으로 변신하니
올해 저는 진해보다는 거제를 돌아볼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조각공원은 15분 쯤 둘러보다가 발걸음을 다시 돌렸습니다.
...마이 춥더라고 -_- 흣
아까 말씀드렸듯이 경남지방 강풍주의보 입니다.
강풍주의보를 무시하고 나온 스스로를 원망하면서도
동시에, 이왕 나온김에 바람 덜 부는 다른 곳을 돌아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저는
큰 길을 따라 바다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색이 참 아름답습니다.
가까이서 볼까요??
....어촌입니다. ㅋ
날씨가 더 풀리면 저 등대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빨간 등대가 바라보는 흰 등대는
흰 등대가 바라보는 빨간 등대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졌거든요 ㅎ
뭔가 있을법한 해안가도 아니고 그냥 어촌이라
다시 뒤돌아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별거 없는 어촌이라는걸 알고 났더니
저는 이 동네가 좀 좋아졌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봄 볕이 따뜻해서 그런걸 수 도 있겠구요..
...시크한 동네 개님의 매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ㅋ
밭뙤기 옆의 큰 테니스장
이게 어쩌면 이 동네의 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동적인 사람에게는 그냥 시골이고
능동적인 사람에게는 조금 살만한 시골 ㅋ
거제를 안좋아하는 이유중 세번째는 조금 더 고심해 봐야 겠습니다.
조금 더 살아보고 판단해도 나쁠건 없겠다 싶군요.
...하지만 거제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세개만은 아닙니다 ㅋ
(photo by 칼위의발레리나 // Only Re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