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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표범/눈

[연극] 봤다. 햄릿. 그것도 컴버배치의 연극

​나도 보고싶었어. 컴버배치의 연극.

그래서 바로 예매하고 출동하였노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햄릿을 보러.

영화관에서 한다길래 집 앞 CGV 에 딸랑딸랑 가서 보고 오려고 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메가박스 ONLY!!!! 그것도 해운대만!!!! 

그래서 귀찮지만 간만에 사람꼴 하고 먼 동네까지 갔어.

 

NT Live.

상영관이 작아서 뒷자리 예매한다고 평일에 출동

 

(스티커 없길래 편집 수작업 ㅋ 다른 방향의 아날로그 감성)

 

앞에 있던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이미 본거라 뭐 ㅇㅅㅇ 되게 새롭진 않았음.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 은 무슨 400년전에 쓰인 고전극인데 스포일러가 왠말이냐 ㅋ

하지만, 약 현대극으로 바뀐만큼 개인적으로 그리 느낄 것 같은 사람은 안녕

(하지만 1일 방문자 50명 미만을 지향하는 은둔형 블로그라서 별 문제 없습니다)

 

일단, 나같은 안면인식 장애자는

저 얼굴과 셜록 얼굴이 같은 얼굴로 보이지 않는다 - _-

즉, 한명의 배우로 두 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좋은 단점이라 하겠다.

 

간단한 감상평은.. (주의, 안 간단할 수도 있음)

 

오필리어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극 초반부터 이미 [불안정] 한 상태를 연기한다. (아 왜. 아 왜!!)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기엔 햄릿에서 해피엔딩인 주인공이 누가 있겠어. 이미 예민하고 심약한 오필리어가 아빠의 죽음으로 정신 놓게 되는(!!)건 납득이 되지만, 너무 아슬아슬해 보여서 햄릿한테 버림받을때 이미 미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아. 

비극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오필리어가 더 맘에 들지만, 오필리어 캐릭터 하나만 두고 봤을때는 덜 예민해 보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폴로니어스 _ 오필리어 아빠

: 비극의 서막과 개그를 담당한다.

(미안, 연세있는 연극배우가 연기 잘하는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이게 전부네요)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햄릿의 삼촌이자 새아빠 와 친엄마이자 숙ㅁ... (뭐야, 이런 콩가루 집안은)

햄릿의 삼촌인데 풍채가 당당하고 못돼보이지 않아서 다시 보니까 못돼보임 ㅋ 하지만 그래도 왠지 왕에 잘 어울렸다는건 함정. 햄릿이 아빠가 더 잘났다능!!! 할 때 뻥치시네 - _- 가 절로 나올뻔 (아빠는 유령으로 등장, 귀신이라 그런지 비루먹은 행색)

햄릿 엄마는 영드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미리 말했듯이 나는 안면맹이라 그게 누군지 잘 모르겠시다. 하지만 햄릿 엄마로서의 감정 표현이 아주 훌륭했어요.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나타내려는 감정이 나타나고, 그게 관객에게 바로 전달되는 가감없는 연기. 엄마로서 거트루드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계속 생각이 바뀌긴 했어. 모성애인건가 싶다가도 그건 아닌것 같기도 하다가도...

삼촌(겸 새아빠)와 오필리어 아빠는 감정 표현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게 느낀것 같다. 아무래도 햄릿 엄마가 햄릿과 1촌으로서(응?) 복잡하게 나타낼 심경이 많았을테니, 연기력이 돋보인게 아닐까 생각

 

그리고 호레이쇼, 로렌크란츠, 길든스턴, 레어티즈

이름이 낯익다.. 호레이쇼... 왠지 모르겠는데 이름이 낯익다. (낯익음의 정체는 호로ㅅㄲ 인가..) 백팩에 문신이라니... 충격적인데 맘에 들어 ㅋ 죽지않고 살아남아 험한세상(?) 헤쳐나가며 진실을 알려달라는 말을 남길 수 있는, 끝까지 햄릿에게 충성을 바치는 햄릿의 하나남은(?) 친구.

로렌크란츠와 길든스턴은 따로 연극이 있는데, 보지는 못했다. 마지막에 그 둘의 대사가 "햄릿은 죽었을까" 였나? 그래서 햄릿이 그 햄릿인가 생각만 하고 걍 넘어갔던 과거가.... ㅋ

공연 볼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문득 깨달은 사실. 레어티즈는 흑인인데 오필리어는 백인이고.. 아빠가 백인이니까 엄마가.... 의미없는 고민이었음 ㅋ (자매품 : 쿵푸팬더 포의 아빠는 오리)  + 레어티즈와 검투하는 장면에서 펜싱 - 전직펜싱 - 죄순실 - 스윙박씨가 순식간에 떠올라 잠시 몰입을 방해했지만, 컴버배치의 펜싱복으로 상념을 이겨내다 (공연 감상중엔 걱정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햄릿

 

일단, 내 눈엔 아래 그림이 <아그리파 석고상 + 다비드상>으로 보이는데...

 

색 + 질감 + 콩깍지 라면 할 말 없다. 그냥 잘생겨서 한번 더 보자고 언급해본거고...ㅋ

 

내가 읽은 햄릿은 고민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찌질한 사람이었는데 (미안) 오늘부로 햄릿의 찌질 성향은 내 마음에서 사라지게 될 것 같아. 고뇌와 울부짖음과 혼자 괴로워 하는 독백이 찌질함과는 거리가 멀었어. 표현되는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쳐서 빨려들어가거든. 더불어 컴버배치 자체 분위기가 이미 찌질함과 거리가 멀고 (하지만 찌질함을 연기하면 정말 찌질함ㅋ) 현대적인 의상에서 오는 친밀감이 한 몫 한 것 같기도 함. 세 시간동안 소리치고도 다음날 공연도 저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다니, 아쟈씨, 멋져요.

녹화본 상영의 큰 장점은 배우의 표정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거고, 또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시선을 연출가 의도대로 이동시켜서 의도 이해가 더 쉽다는데 있지. 고뇌하는 표정, 분노에 찬 울음과 격한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소극장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가까운 만큼, 극 진행에 따라 변하는 숨소리, 땀방울까지 볼 수 있어서인데, NT Live는 큰 공연인데도 그것까지 가능하잖아.

헌데, 문제가 있었다 (두둥!!)

일단 음향!!!!! ㅇㅅㅇ 하지만 나는 음향에 예민하지 않으므로, 실제 내 옆 사람의 기침인양, 내 귀가 잠시 멍멍해져서 소리가 멀어진양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지한 순간에 기침소리에 파묻혀 연기했을 컴버배치에겐 위로를) 

그리고 자막

내가 내한공연 본게 CATS, 빌리 엘리어트, 백조의 호수(원작, 매튜 본) 인데

이 공연들의 공통점은 바로, 내한공연 보기 전에 DVD로 공연 실황을 각각 최소 30번쯤 봤다는데 있지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를 수십번 봄) 한번 꽂히면 안무를 외울정도로 보니까.. 그래서 옆에 대사 안읽어도 다 아니까, 어설픈 듣기 실력으로도 극을 감상하는데 문제 없었거든. 그런데!!!! 햄릿은 그렇지 않았지.

자막 읽으랴, 연기보랴, 무대보랴 바빴음 ㅠ

줄거리는 알지만, 문학적인 미사여구는 내 미천한 듣기실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요. (으앙)

+ 두번 째 보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역시 바빴어 ㅠ

 

그래서 DVD 사고 싶은데(인상쓰는 타이밍 마저 외울만큼 보겠지) 한글자막 있는거 안나오나 (비쌀까?)

 

그리고 간간히 숨어있는 개그코드와 (내가 영국에 있다... 생각하면 더 재밌습니다) 컴버배치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숨어있어서 너무 숨막히는 진지함만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세시간이었는데 뭐 별로 후달리지 않고 잘 봤어. (원래 뮤지컬 인터미션도 별로 안좋아함)

 

그리고 무대!! 무대애애애!!!

실제로 보면 무대 넓겠지만, 그래도 세트에서 위치에 따라 다른 상황 연출하는게 멋졌습니다. (뮤지컬이나 내가 본 큰 연극들은 세트 배치가 막 움직였거든) 막이 바뀌면서 배우들이 소품 옮기고, 배치하는 것도 연기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았고, 그렇지 않은 장면들은 그 나름대로 신선해서 좋았어 (열심히 소품 치우는 컴버배치를 볼 수 있습니다)  조명 외에도 흙이 쌓여서 나타내는 극 전체의 분위기 반전도 멋졌고. 설마 무대 소품으로 흙더미를 쓸줄이야.. 그냥 부어놓은 것 만으로 많은것을 표현할 수 있다니. 역시 무대 연출은 매력적이야.. 엉엉

그리고 독백 할 때 연기하는 슬로우 모션. 독백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슬로우 모션이 영상으로 슬로우 거는 것 처럼 자연스러워서 인상깊었음. 그리고 레어티즈 칼빵 맞는 파이널 씬. 조명과 슬로우 모션 연기로 몰입감 쩔어 ㅋ 

 

2년전에 프랑켄슈타인 했다며 (스아실, 햄릿보다 프랑켄슈타인 보고 싶었는데)

난 왜 몰랐나... 그땐 서울에 있을때였는... 아니었구나. 그래도 왜 ㅠ

....DVD 있니? ㅋ

 

여튼,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좋았노라

2. 컴버배치씨. 한국에 연극하러 함 안오십니까? 현장에서 공연을 보고싶스뮤ㅠㅠㅠ 나는 돈이 없으니 내가 영국에 갈 수는 없고, 돈 많은 당신이 한국에 와서 연극을 해주시면, 감사히 무릎꿇고 관람하리다 (데헷☆)

3. NT Live를 왜 난 이제 알았나... 해운대 따위 버스타고 바로 갈 수 있어요. 할인 안해줘도 좋아, 컴버배치가 아니어도 좋아, NT Live 계속 해주세요.

4. DVD 나오면 사야지 ㅋ (폼새 보아하니 안나올 것 같지만)

5. 엽서받음 ㅋ 하나 더 달라고 했는데 알바양께서 단호하게 안된다고 함. 상영관 텅텅 비었던데 ㅇㅅㅇ 엽서 남는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