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겸손한고양이

열정의 상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삶은 항상 열정적이었다.

작고 사소한 것이더라도 항상 뭔가에 빠져 있었으며

그 세상은, 힘들어도 스스로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를 품은 사막과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내 최초의 열정은

딸기새싹이었다.

엄마 심부름을 가다가도,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도,

일요일 아침 만화동산을 보고나면 당연하게

딸기를 보러갔다.

봄이란 딸기 새싹이 나오는 계절이고,

봄과 여름의 경계는 내 손톱만한 딸기 열매가 영글리기 시작하는데서 왔다.

비가 그친 여름, 한 낮의 땡볕과 땅에서 올라온 습기에 온 동네가 숨이 막혀도

어제보다 더 길게 뻗은 딸기줄기를 보고 있으면 더운줄도 몰랐다.

아무것도 없이 흙만 얼어있던 겨울도 삭막하지 않았다.

분주히 움직이는 개미들을 들여다보며,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딸기 싹들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으니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내 심장엔 딸기 새싹을 향한 열정만큼의 온기도 남지 않은 것 같다.

언제나 있었고, 모든곳을 향했고, 주제할 수 없을만큼 넘쳐나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열정이라는 에너지는

영원한게 아니었나보다.

 

나는 지금

열정을 상실한 상태에 당황하고 있다.

스스로 북돋운적 없이 처음부터, 본능처럼 안고 살았기에 

불씨를 새로 일으키는 법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바람 한 점, 미미한 해류조차 없는

아주 고요하고 화창한 망망대해 한 가운데,

돛도, 저어갈 노도 없이 그저 떠있는 나룻배 위에 홀로 있는 그런 기분이다.

 

 

 

 

 

...시벌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