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겸손한고양이

안녕- 고양아-


양순이가 죽었다.

집에서 놀다가 떨어졌는데 어딘가 다쳤더랬다.
어디가 다쳤는지 병원에서도 못찾고 작은 방에서 혼자 살기를 한참이었다.
처음에는 장농 위로 잘 도망가더니 몇일 전엔 화장실도 못가고 그 앞에 쓰러져 있더란다.

양순이는 아빠 고양이다.

개라면 모를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라고 소유권을 붙이기 애매하다.
왜냐면 주인을 스스로 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의 고양이다.
내 손바닥 보다 작은 녀석을 아빠가 주워왔고, 아빠가 키웠고, 평생을 아빠만 쫓아다녔다.

죽음의 그림자를 몰랐던건 아니었다.  

일년을 품에 안고 물과 사료를 떠먹여 살렸다.
몇일 전엔 아빠 손을 물었고, 하악- 하고 소리를 냈다.
양순이는 어쩌면 아빠마저 못알아보게 된걸지도 모른다.

아빠가 안락사를 시켰다.

그래도 살아있는게 좋지 않을까해서 끝끝내 붙들고 있었지만,
화장실 앞에 쓰러진 고양이를 보니 어쩌면 그건 사람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기억에 아빠는 딱 한번 이른 저녁에 잠자리에 드셨다. 그리고 오늘이 두번째다.

조용한 곳에 묻어주었다 한다.

양순이는 사람을 무서워 하고 시끄러운걸 싫어하는 아가씨였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 묻었다고 했으니, 볕이 드는 오후가 되면 동그마니 앞발을 모으고 앉아
나른하게 조는 양순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슬프다.

고양이를 떠나보내는건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만큼 슬프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