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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표범/귀

[이소라] 겨울,이별 _ 투명한 겨울의 노래




나는 약간 들떠있다.

감기기운으로 살짝 들뜬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엔 기분이 무척이나 무거웠지만 지금 난 팔랑팔랑.
새 신 신은 세살 꼬마마냥 팔랑팔랑 들떠있다.
어디론가 지금 막 떠날듯이.
날아가버릴 것 처럼.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
언제나와 똑같은 회색야드에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분다.
햇살이 쨍하다.
코끝이 찡하다.

나는 걸음을 옮긴다. 바람이 머리를 헝크러뜨리고 그림자를 흔들고 햇살을 흐트린다.
머리카락 속으로 스미는 바람에, 햇살 닿은곳이 서늘하다.

빛을 투영하는 얇은 얼음이 온 세상 위를 덮어
차갑고, 고요하고, 빛나지만 시려운 겨울의 한낮.

지금 세상은 아련아련 잡히지 않을 추억같아
걸어가는 이 길 끝에서
기억속 한 귀퉁이 접혀있던 누군가의 미소를 만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