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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늑대/동양늑대

낯선여자 그녀는 낯선 여자일 뿐이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무단횡단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들이 밀려와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길 건너편의 서면 CGV는 내가 서있는 인도보다 불빛이 화려했다. 한 여자가 서있다. 반걸음. 횡단보도와 가깝게 서있는 그녀는 나보다 조금 더 커보였다. 검은 파마머리가 바람에 흐트러져 산발같아 보였다. 무심한 표정. 무심한 안경. 무심한 코트. 한쪽 어깨에 매달린 카키색의 컨버스 가방은 끝이 닳아있어 어쩐지 처연했다. 길 건너편에서 오돌오돌 떨며 서있는 여자아이들의 화려한 레깅스에 비하면 그녀의 바지는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코트 뒤로 서걱거리는 회색 바람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른쪽 사선너머의 어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소리가 났다. 바람은 날카롭게 얼굴을.. 더보기
고백 그대. 나를 사랑하지는 않아도 거부하지는 마라. 당신은 나의 사랑을 모른다. 그대 곁에 다가가기 위해 숨죽여 날개짓 하던 나는, 그대만을 꿈꾸며 흙탕물 속에서도 살아냈다. 너의 더운 피에, 살결의 달큼한 향기에, 심장의 열기에 유혹당해 연기와 불 속을 날아들었다. 파리한 날개를 휘둘러가며. 우리를 가로막은 장막을 뚫던 나의 의지를 보았는가, 수줍고 수줍게 새겨놓은 내 입맞춤의 흔적을 보았는가. 손끝에, 눈 위에, 네 손 닿지 않는 깊은곳까지 내려앉은 나의 한숨을 느꼈는가.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며 사시나무떨듯 떨었던 지난밤의 나를 안다면 받아주지는 않더라도 내치지는 말아달라는 말이다. 매미만이 당신에게 더운여름을 선사하는게 아니다. 부제 : 00년 8월 여름 어느날 밤 ...모기의 고백 ㅋ 쉽게 말해 때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