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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고양이

생때같은 내새끼

생때같은 내새끼

이렇게 슬퍼하는게 소이가 원하는거겠어?

소이가 원하는거
그런건 이런거였겠지

아빠 다리에 턱괴고 앉아 늘어져있기 엄마 졸라서 깡통 얻어먹기
똥싸고 기분좋게 뛰어나오기
누나가 다리사이에 앉혀놓고 궁둥이 두들겨주기 머리랑 귀 만져주기
엄마가 티비보면서 엉덩이 두들기면 툭툭 무심하게 꼬리 휘두르기
새벽에 깬 누나가 그냥 안들어가고 쓰다듬어주고 들어가기
가기전에 맛있는 새 사료 부어주고 가기
햇볕 밑 소이방석에 늘어져서 자기
소원이가 자리 안뺏기
베란다 밖 건조대에 까마귀 온거 구경하기
문 열리면 바깥바람 킁킁 냄새맡기
오랫동안 나갔던 가족들이 돌아오기 식사하시는 아빠 다리에 얹혀서 앞발 늘어뜨리고 쉬기
아빠 옆에 누워서 자기
누나가 오뎅꼬치 흔들어주기
바삭바삭 소리나는 장난감도 흔들어주기
새 물 마시기
거실 침상 밑에서 자기
거실 한가운데 암것도 안하면서 늘어져있기
방마다 어슬렁거리며 별일없나 가족들은 뭐하나 순찰하기
가족들 뭐 먹으면 뭐먹나 냄새맡기
식탁밑에 앉아서 혼자 쉬기

발톱깎거나
똥싸고 모래 안덮었다고 잔소리 하거나
살쪘다고 사료 조금만줄때
털에 땜빵나서 약바르고
자는데 누나가 배에 입김불어서 털이 눅눅해지거나
꼬리잡고 손가락으로 털을 가로로 문지르는거
엉덩이랑 꼬리털빗기
아침에 준 눅눅한사료 계속먹으라 하기
밥그릇 앞에 앉아 기다리는데 못알아채고 계속 밥안주기
소원이 깡통 좀 더먹었다고 그릇뺏기
눈꼽떼기
물티슈로 똥꼬닦기
문밖으로 나가서 오랫동안 안돌아오기
침상밑에서 자는데 자꾸 꺼내려하기
아빠 오셔서 마중가서 딩굴딩굴하는데 배 안만져주기
깡통달라고 소리까지 쳤는데 웃기만하고 계속안주기
누나 밤에 거실 나와서 만져달라고 부비부비 했는데 건성으로 엉덩이 툭툭툭치고 들어가기
한번 물었다고 혼내기
엉덩이 두드려준대서 왔는데 손만 얹어놓고 안두드려주기
아빠 다리저리다고 저리가라고 내보내기
더운데 자꾸 안기
더운데 담요 덮어줄때
담요 밀어내고 비켜 앉았더니 수건 덮어줄때
심심해서 앉아있는데 누나가 나 쳐다보고는 다시 컴터볼때
핸드폰으로 모르는 고양이 보여주면서 니친구다 할때
만져달라고 울면서 쫓아다녀도 누나 바빠 하고 그냥갈때
만져달라고 배뒤집고 쳐다봐도 아빠바빠 하고 갈때
엉덩이 두드려달라고 엄마 옆에 앉아도 너랑 놀아줄시간없어 하고 못본척할때
그런건 좀 짜증나고 싫었겠지만 그래도 엄청 싫진 않았을꺼야

소이가 원한건
발가락 하나가 간지럽고 피나고 안쪽이 따갑고 부어서 덜렁거리긴했지만
깡통 잘 얻어먹고 아침똥싸고 털고르며 뛰어놀다가 갑자기 이동장에 잡혀서 아빠도 없는 무서운 병원에 혼자있다가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서 정신 잃고 깨보니 너무 아픈건 아니었겠지

너무 아픈데 목에 이상한게 둘러져있어서 옆도 잘 안보이고 무섭고 놀라서 뛰었더니 발도 이상한거
아빠랑 누나는 억지로 물이랑 사료같은거랑 쓴 약 먹이는거
혼자 어둠속에서 아픈거
다리에 힘이 없어서 화장실 아닌데서 오줌싸는거
토하는거
끙끙 앓도록 아픈거
숨쉬기 힘든거
그런건 아니었을꺼야

눈감는 그 마지막 순간도
응급검사하는 차가운 이동침대에서 혼자 무서웠을 소이야

미안하다 생때같은 내새끼

조금만 늦게 병원갔으면 십년동안 살았던 집에서 눈이라도 감지 않았을까
링겔이라도 맞으면 힘차릴까하고 조금 일찍간 병원이 네 마지막 기억이 될줄은 진짜몰랐어
우리가 미안하다는 말도 너무 사랑한다는 말도 하나도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파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무섭게해서 미안해 우리가 너 정말 사랑했던거 알지 소이야 우리 정말 너 사랑했어
생때같은 내새끼